123년 전 여권을 명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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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123년 전 대한민국이 있는 땅엔 한 국가가 있었다. 1897년 10월 12일 ‘대한제국’이라는 이름으로 건국한 나라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 탄생하기 전에 존재한 국가이며, 짧게 존재했지만 큰 의미를 남긴 국가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이번엔 대한제국 기록 중 하나를 알리고자 한다.
대한제국은 건국 이후 10여년 만에 역사에서 사라졌지만, 근대화를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 흔적은 지금까지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런 흔적 중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선언이 지금까지도 맥을 잇고 있는데, 그것은 여권女權 신장의 사상적 활동들이다. 대한제국이 건국된 지 1년 후부터 근대국가의 기반을 이룰 만한 중요한 주장이 발표됐는데, 그중 하나가 여권통문女權通文이다.
1898년 9월 1일 이소사李召史, 김소사金召史 등 서울 북촌의 양반여성의 이름으로 발표된 여권통문에는 여성의 평등교육권, 정치참여권, 경제활동 참여권 등이 명시돼 있고, 이 내용은 황성신문, 독립신문 등이 보도했다. 그럼 여권통문에서 배움의 권리를 언급한 부분을 발췌해 살펴보자.
“… 이왕에 먼저 문명개화한 나라를 보면 남녀가 일반 사람이라 어려서부터 각각 학교에 다니며 각항 재주를 다 배우고 이목을 넓혀 장성한 후에 사나이와 부부지의를 정하여 평생을 살더라도 그 사나이의 일로 절제를 받지 아니하고 도리어 극히 공경함을 받음은 다름 아니라 그 재조와 권리와 신의가 사나이와 같기 때문이다.”
사실 여성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움직임은 지금도 사회적인 이슈를 만들기 일쑤다. 그만큼 여권 신장은 녹록지 않은 과제란 얘기다. 이런 맥락에서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보수적이고 어두운 시절에 여권 신장운동을 벌인 것 자체가 큰 용기였을 것이다. 아울러 앞서가는 지혜가 인간의 삶과 세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여권통문을 통해 알 수 있다.
이번에 진행하는 ‘2021 “여권통문女權通文의 날” 기념전’은 조은정 평론가가 한국을 대표하는 30명의 작가를 섭외하고 전시기획을 했다. 오현금 토포하우스 대표는 전시공간과 전시진행을 맡았다. 오 대표는 “123년 전 선언했던 정신을 오늘날에도 잊지 않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 전시는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9월 7일까지 진행했다. 참여작가는 권지은, 김경민, 김도희, 김명희, 김순임, 김영미, 김정하, 김정희, 김홍식, 김희자, 노원희, 박미화, 박종미, 배달래, 서고운, 서혜경, 심영철, 양주혜, 양화선, 오명희, 오숙환, 윤애영, 인터브이, 정은주, 정정엽, 정종미, 정직성, 최서원, 하태임, 허윤정이다.
이번 전시의 후원자들은 성별에 관계없이 뜻을 함께했다. 구은주, 김계원, 김기홍, 김달진, 김소연, 김숙애, 김영순, 김영호, 김정숙, 김종길, 김지성, 목수현, 문숙경, 박소현, 박준성, 백현실, 송경진, 송희경, 신소윤, 신수경, 엄영숙, 예진수, 오명선, 오채금, 이강근, 임명혜, 임영애, 정준모, 정진국, 정하미, 조수진, 주순이, 최명자, 최열, 최윤희, 최주호, 최태만, 한경순, 한미애, 홍양호, 홍지석, 후지무라 마이 등이 그들이다. 뜻을 함께한 예술혼들을 통해 이전까지 걸어왔던 100여년의 시간만큼이나 의미 있는 앞으로의 100년이 되길 기대한다.
김선곤 더스쿠프 미술전문기자
sungon-k@thescoop.co.kr
출처 : 더스쿠프(http://www.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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