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Monumental Garden - Eco Metro, 광주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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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뉴멘탈 가든(Monumental Garden)
캐나다의 미술평론가인 도널드 브랫켓(Donald Brackett)은 심영철의 작품에서 가지는 경계의 의미에 주목한 바 있다. 다시 말해, “회화와 조각, 휴머니티와 기술, 보편과 특수, 신뢰와 불신 간의 경계 (…)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내재성과 초월성 사이의 이국적인 담장” 사이를 끊임없이 넘나드는 실험정신에 주목하였다.
경계란 이중의 욕망을 드러낸다. 첫째는, 나와 타자 사이의 존재적 괴리감을 강조하려는 자기 보호적 본능이다. 둘째는, 그 경계를 뛰어넘고자 하는 원초적 욕망이다. 이러한 이중의 욕망은 서로를 억압함과 동시에 자극하면서 현실의 삶과 예술 안에서 매력적인 주제가 되어왔다.
심영철의 <모뉴멘탈 가든>은 경계에 대한 또 다른 탐색을 시도한다. 바로 신화와 실재 사이의 경계이다. 분명 신화는 실재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기억 어딘가에서 살아 숨쉬며 우리의 의식을 지배한다. 생과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은 바로 신화적 물음과도 같다. 동굴을 연상케 하는 심연의 어둠 속에서 현란한 LED의 불빛이 비추어온다. 생명의 터인 자궁의 기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그 속에서 불빛의 유혹은 은밀한 욕망을 자극한다. 이전의 작업에서 ‘아름다움 그 님’으로 불렸던 버섯은 절대적인 창조주와 생명의 메타포를 지닌 채 웅장한 기념비처럼 등장한다. 토템 신앙에서처럼 무속적인 힘을 응축하고 우뚝 서 있는 개체들은 영원한 생명을 기원하며 우주적 에너지를 발산한다.
이처럼 심영철의 <모뉴멘탈 가든>은 탄생설화를 간직한 신화적 공간이자 실재의 생을 축복하는 작품이다. 그리고 이 속에서 우리는 ‘비어 있으면서 채워진’ 제3의 공간을 발견한다. 그 곳은 작품들로 채워지지 못한 빈 공간이지만 결코 진공상태로 남겨져 있지 않다. 오히려 어둠과 빛이 치열한 대결을 벌이고, 그 사이의 긴밀한 연속성이 지속되면서 또 다른 생명력을 잉태하고 있다. 그리고 바로 그 곳에서 우리는 모든 경계를 허무는 신화적 꿈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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