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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철 조각 「빗(梳)의단계적 표상」展에 붙여 - 정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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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46회 작성일 22-06-05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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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철 조각 「빗(梳)의 단계적 표상」展에 붙여



1. 신예 작가 심영철은 최근 들어 활발한 작품 활동을 전개해 나가는 성신여대 조소과 출신들 중에 하나이다. 그는 1975년 성신여대에 진학하면서 조각을 전공하게 되었고 1982년 대학원을 마칠 때까지 오랜 습작시대를 거쳐왔다. 그가 지니고 있는 작가로서의 자질과 소양은 그 자신이 오늘날 신예 작가로서 출범하는 데 충분한 자양이 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 그의 미의식과 감각도 매우 첨예적이라 하겠다. 아울러 그의 일상에서 느껴지는 선성(善性) 역시 작품 속에 무형의 나이브한 흐름을 형성시킬 수 있다고 생각된다.

 

2. 그의 총명은 대학 4학년 초에서부터 소위 작품상에 나타나는 오리지널리티의 추구에 부심하기 시작했다. 그는, 인류문명의 역사와 함께 존재해 온 단장(丹粧) 도구의 하나인 빗을 작품소재로 택하였다. 빗이란 남녀 구분 없이 사용하고 있는 작은 필수품이라 하겠는데 아무래도 그가 여성이기에 빗에 대한 관심이나 애착이 남다를 수 있었겠고 특히 이조시대의 여인들이 빗에 부여한 주술적 설화성에 크게 흥미로움을 느꼈던 것 같다. 그는 빗의 연구에서 먼저 시대와 지역 그리고 종류별의 형태와 용도를 조사 연구했다. 다음으로 빗이 지닌 본질적인 특성의 형태감을 관념화한 후 그것을 조형의 기본형으로 삼았고 그 기본형을 극대화시키거나 변형시킴으로써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찾으려 했다. 언뜻 보면 추상표현주의적이거나 팝아트적 조형어법을 원용한 듯한 느낌이 들지 않은 것은 아니나 이미 추상표현주의나 팝 아트의 조형논리는 일반화된 보편성으로 보는 것이기에 현대작가들의 작품세계에 자연스럽게 용해되어지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리라고 본다.

 

그의 관심은 좌우 대칭적인 빗의 전체적 형태라든가 또는 수없이 많은 빗살의 반복률에서 강렬한 구성미를 느낀 듯하다. 이것은 그가 빗의 관념형을 빗살의 반복률과 동일시하는데 있다. 다시 말하면 빗의 기본형을 빗살에 둔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어떠한 형태변주에서도 그 기본형을 지니면서 변형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율동감, 요철의 조화감, 운동감이나 속도감, 대칭적 구조미 등을 조명해 보는 실험을 했다고 보겠다.

 

그가 빗을 소재화한 것은 단순히 일용품을 소재화 했다는 점보다 민속 유품을 소재화 했다는 쪽에 비중을 둔 것으로 보며 민속유품의 재조명이 지닌 의의는 곧 휴머니티의 추구와도 결부된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3. 심영철의 첫 번째 개인전에 거는 기대는 그 개인전 자체에 있음이 아니라 그가 미래에 지향할 작가적 삶에 있다. 첫 번째 개인전으로 무엇이 완성된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단지 땅을 고른 후 초석 하나를 놓은 것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놓은 초석 위에 기둥이 세워지고 지붕이 덮여지는 많은 과정 후라야 비로소 그에 대한 총체적 평가가 가능하리라고 본다. 그 과정의 가능과 불가능은 오직 심영철 자신의 의지에 있는 것이고 그가 삶의 철학과 의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가늠 되리라고 본다. 그는 분명 큰 나무로 자랄 수 있는 요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본다.

 

1983. 정관모 (성신여대 교수)

 

1983. 3 제1회 심영철 개인전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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