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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철, 현대미술과 종교의 만남 - 정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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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59회 작성일 22-09-02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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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철, 현대미술과 종교의 만남


 사람들은 어려움에 빠지거나 벅찬 기쁨의 경우에 종교를 가진이나 무신론자이건간에 대개가 "오, 하나님"을 되뇌이게 됨을 자주 볼 수 있다. 물론 이 경우 "오, 하느님" 하는 의미가 기독교에서의 절대자를 의미한다기 보다는 무의식적인 경우가 많은데 이는 인간의 내면 어느 한구석에 잠재적인 신성이 자리 잡고 있으며 필연적으로 혼자의 힘으로는 견디기 어려운 경우 어떤 절대적인 무엇엔가 의지하려는 심성의 표출이라 보아진다. 그리고 이러한 인간의 절대자에 대한 경의와 믿음은 예술의 기원으로까지 소급되어 최초의 예술탄생은 원시사회의 종교의식이나 무속으로부터 출발했다는 견해도 있다. 즉 눈에 보이지 않는 신에 대한 경배의 대상 또는 예배 의식의 부산물로서 예술이 탄생하지 않았나 하는 것이며 특히 이론적인 사유체계가 정립되지 못한 원시시대에 있어서는 더욱이 예술활동이 종교의식을 구체화시키는 유일한 수단으로 존재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예술의 탄생과 종교는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으며 특히 서양 미술에 있어서 중세 미술까지의 기독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예술에 있어서, 특히 주술로부터 종교로 인류 의식이 전환한 이래 르네상스 이전까지의 미술사는 대개가 기독교 미술로 보아 무리가 없을 듯 싶다.


 “종교는 자연과 인간의 삶의 진행을 지배 혹은 통제한다고 믿어지는, 인간보다 우월한 힘과의 타협 또는 화해이다. 이렇게 규정할 때 종교는 이론적 요소와 실재적 요소, 즉 인간보다 높은 힘에 대한 믿음과 그 힘들과 화해하거나 그것에 대해 경애하려는 기도의 두 요소로 규정된다." 

- 제임스 프레이져 -


 종교와 접목된 미술의 형태는 우리의 눈앞에 너무나 많이 있다. 예를 들면 불교에 있어서 탱화, 불상, 제기, 부처를 모시는 공간으로서의 불당, 이들은 모두 불교의 기본 교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특히 서양 미술에서 기독교의 그것을 발견하기란 너무나 많아 열거하기조차 어렵다. 즉 서양 미술의 적어도 어느 한 시대는 온통 기독교 미술이었으며 서구인들의 삶 저변에는 항상 기독교적 내세관과 관습이 작용한 까닭에서이다. 이러한 기독교를 바탕으로 한 미술의 절정은 고딕이라고 보아진다. 그리고 르네상스 이후 우리에게는 중세의 교부철학에 기초한 철저한 기독교 미술은 일단 자취를 감춘 것으로 보아진다.


 현대에 와서 예술의 개념은 종래의 그것과는 엄청나게 변화하였다. 그리하여 예술은 모두가 예술이며, 예술은 길거리건 시장이건 도처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 시대의 예술은 저급한 기능, 유치한 형식, 비유기적인 형식, 엉터리 없는 형식, 몰염치, 상위의 참된 기초를 상실한 인간의 자율성 따위에 경도되고 있다."고 제들 마이어는 현대를 진단한다.

 그렇다. 극도로 발달한 현대 문명과 이에 대한 도피 내지는 탈출, 그리고 19세기 이후의 그 아방가르드족들에 의한 전투적 투쟁의 승리인 동시에 패배의 결과이다. 오늘날의 미술을 살펴보면 세계 정치, 사회, 문화 등의 제양상과 마찬가지로 그 가닥조차 잡기 어려울 정도로 혼미하게 뒤엉켜 있다. 이 사회적 혼미와 정신적 혼돈 속에서 현대인들은 자연스럽게 불안한 심리 상태, 공포 등으로부터의 탈출을 꾀하고 그 결과 마약, 알콜중독자들이 늘어나 이러한 기사들은 연일 매스컴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러나 일군의 현대인들은 자연스럽게 어떤 절대적인 이에게 의지하려는 주체를 볼 수 있다.


 "현대미술과 종교" 이는 언뜻 보면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 아무런 관련이 없는 두 덩어리를 한데 묶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 심영철의 작업이다. 그러므로 보는 이에 따라서는 심영철의 작업 내용은 매우 모순 덩어리 그 자체처럼 보인다. 게다가 그의 작업은 모두 기독교적인 입장, 신자의 입장에서 절대자 "하나님"의 말씀에 따르고 있으며 이를 현대미술을 통해 어떻게 전파할 수 있을까 하는 실험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또 그리스도 정교에서 보이는 이콘(Icon)이나 라파엘이 그렸던 성모상처럼 오늘의 현대 종교화이며, 그의 신앙 고백이기도 하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좌대에서 내려온 조각의 개념이 더욱 확정되어 레디메이드, 반조소적 조각으로 발전하고 미니멀아트와 키네틱아트가 조각과 만나는 현대미술의 최첨단을 그의 작업은 보여주고 있다는 데서 그의 철저한 실험 정신과 작가적 역량을 감지해야 할 것이다. 아무튼 그는 매우 이질적인 주제들을 한데 모아 새로운 전통을 쌓아가고자 하는 철저한 장인 정신의 소유자이며, 주님안에서는 착한 한 마리의 양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평범한 사람인 것이다. 그러나 그는 새로운 모습의 신성을 우리 앞에 제시하고 있다.


"하나님 아버지여, 최고 선인 당신은 모든 미의 위에 있는 미 입니다." (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 3장 6절)


1989. 9. 정준모 (토탈미술관 학예실장) 


출처 :  1989. 9 갤러리 동숭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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