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현대미술관/춤추는 정원 Blissful Garden 전시 학예연구사 한길순 기획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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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아트는 기존
회화나 조각
등 전통미술
영역에 텔레비전, 라디오, 비디오, 컴퓨터,인터넷과 같은 미디어를
활용하여 작품을
만든다.
과학기술과 예술을 결합하여 만들어낸 미디어아트는 시각 이미지뿐만 아니라 사운드와 퍼포먼스까지를 종합한 총체예술이다.
하지만 미디어아트를 시각과 청각, 미술과 음악을 결합한 하나의 총체적인 공감각의 구현이나 시각 이미지와 사운드를 결합한 작품으로만 이해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미디어 아트는 기존의 예술장르들을 종합하여 구현하는 듯하지만, 쌍방향적인 미디어의 특성이나 예술과 기술의 관계는 과거 전통예술과는 다른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총체예술로서의 성격과 과학기술의 발달 및 환경의 변화, 그리고 변화하는 시대에 대한 대중의 요구가 맞물려있다고 볼 수 있다.
미디어 아트는 변형과 복구가 용이하다는 미디어매체의 특성상 관람객에 대하여 개방적이어서 예술가와 작품, 관람객의 관계에서 과거와는 다른 소통방식으로 서로를 인식하고 지각한다.
전통예술에서는 관람객이 작품 안으로 들어가 이해하려했다면 이제는 관람객이 자극을 주면 작품이 반응하여 함께 만들어가는 예술인 것이다.
또한 백남준이 텔레비전을 쌍방향성으로 바꿔 비디오 시대를 열고 기술의 발전을 촉진 할 수 있었던 것처럼 기술과의 관계 속에서 미디어 아트의 평가 기준이 만들어진다.
미디어 아트는 예술이자 동시에 기술이기 때문에 예술적 기준만을 가지고 평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이 미디어 아트는 예술 자체의 근본적인 변화와 맞물려 있어서 기존 전통 예술과는 다른 새로운 예술세계를 제안한다는데 미디어아트의 예술사적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이러한 맥락에서 작가 심영철의 미디어아트는 전통예술과는 다른 방식의 관계 속에서 소통하고 과학 기술력을 접목하여 새로운 예술세계로의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다.
이에 작가 심영철의 30여 년 동안의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아 현대미술에서 미디어아트의 의미를 조명해 보고자 〈춤추는 정원> 특별기획전을 마련하였다.
1988년 UCLA OTIS-PARSONS와 GOLDEN STATE UNIVERSITY에서의 유학시절 동안 작가 심영철은 홀로그램, 비디오, 설치, 라이트 아트, 키네틱 아트 등 새로운 매체와 장르에 관심을 갖고, 이를 자신의 예술작업으로 내면화하였다.
미국 유학중 매체와 메시지의 적용방법에 대해 공부하며
"예술이란 소통 목적을 지닌 정신적인 작용력이다"
라는 사실을 깨닫고, 미국 유학에서 돌아온 89년에 갤러리 동숭아트센터에서 개최한 개인전 <Jesus Love You> 와 그 이후의 전시들은 매체의 특성을 소통에 적용하여 다양한 매체에 관한 모색을 통해 실험적인 작품을 보여준다.
작가에게 1993년 대전 엑스포에서 <일렉트로닉 가든> 전시는 국내 최초로 터치스크린을 도입하여 적극적으로 관객참여가 이뤄진 인터렉티브한 작품들로 이뤄져, 대중들에게 처음 소개되면서 이후 90년대 전반에 걸쳐 작가의 작업에 있어서 중심적인 모티브가 된다.
동시에 90년대는 작가 심영철에게 절망과 고통의 시기였다.
기독교 신자로서 이혼을 하게 된 것이 결국 작가에게는 은둔의 삶을 살게 하지만 작가 심영철은 작가적 소명을 버리지 않고 작품을 통해 자신의 절망과 고통이 승화되어가는 과정을 표현해 나간다.
1990년대 <일렉트로닉 가든)에서 2000년대 <모뉴멘탈 가든>, <시크릿 가든> 2010년대 <매트릭스 가든> 으로 이어지는 작가 심영철의 예술세계는 변화하는 모습을 끊임없이 보여준다.
199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보여주기 시작한 작가 심영철의 가든 시리즈는 작가의 기독교적 신앙을 토대로 전자매체를 통해 관객과 예술적으로 소통하는 많은 시도를 함으로써 또 다른 미의 개념과 다양한 시각적 즐거움을 제공하여 현대미술의 새로운 흐름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본 기획전시는 본관 전체를 활용하여 매트릭스가든> I, I 시리즈와 <일렉트로닉 가든>, <모뉴멘탈 가든), <시크릿 가든> 시리즈를 병합하고, 90년대 이전 작품을 모아 메시지로 재구성하여 3개의 공간으로 나뉜다.
첫 번째 공간인 특별전시실은 <매트릭스가든-비상> I 시리즈로 매트릭스는 종축과 횡축의 무수한 조합에 의해 만들어지는 가상실재의 무한가능 복제의 공간이다.
작가는 무한 증식되는 스테인레스 재질의 구슬을 주 모티브로 하여 천장에 하나씩 매달아 대형 활판으로 군집을 이루게 하고, 그 주변에 하얀천을 늘어뜨려 1-2분 내외 반복 영상을 상영한다.
관람객들 실루엣에는 반짝이는 별들이 나타나고, 정제되고 미니멀리즘화 된 구슬에는 무한 복제되는 관람객들의 모습이 생성되고 소멸하기를 무한반복하여 관람객들로 하여금 자신의 존재를 재인식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구슬 하나하나가 소리와 감성을 지닌 픽셀이자 하나의 세계를 담은 소우주로, 작가는 이를 통해 실재현실과 가상현실 사이에 인간의 삶이 더 심오한 차원으로 무한히 확대될 수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두 번째 공간인 제1기획전시실은 <매트릭스가든-빛의 꽃> I 시리즈로 스테인레스 스틸 재질의 구슬을 하나씩 연결시켜 7미터 천장으로부터 아래쪽으로 폭포처럼 흘러내리도록 구현되었다.
구슬들 사이사이에서는 광섬유가 촉수처럼 뻗어 나와 현란한 빛과 투명한 빛을 번갈아 발산하며 '영혼의 정화'를 유도한다.
이 작품은 작가 자신이 겪어야 했던 모든 고통들의 승화가 최고조로 고양된 정신적 차원의 기념비적인 상징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홀로그램 작품을 미술관 바닥에 연속적으로 설치하여 관람객으로 하여금 플래쉬를 들고 빛을 비추면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작품은 시시각각 달라진다.
이때 관람객은 스스로 움직여 새로운 이미지를 계속 찾아 낼 수 있다.
관람객과 상호 호응하며 갖가지 풍경의 새로운 의미를 찾고자 시도된 작품이다.
세 번째 공간인 제2기획전시실은 자연의 소리와 생명의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일렉트로닉 가든). <모뉴멘탈 가든>, <시크릿 가든> 시리즈를 병합하고, 90년대 이전 작품을 모아 메시지로 재구성한다.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를 담은 에덴동산, 영원한 생명이 숨 쉬는 에너지의 원천, 신의 영광이 광휘로 빛나는 제단, 아니면 우주 저편의 미지의 세계로 자연과 인간의 역동적인 순환과정을 거치며 우주를 향해 끊임없이 확장되어가는 운동과 성장의 에너지를 담아내고 있다.
작품에 주로 사용된 재료들은 화방에서 구할 수 있는 전통적인 의미의 미술재료가 아니라 물• 흙 • 나무 • 돌 • 풀 등의 자연재료들, 철 • 스테인레스 스틸 • 유리 • FRP 등과 같이 광물질이나 상업적인 것들 또는 비디오 • 홀로그램 • 광섬유 • 네온• 플라즈마 등 첨단적인 것들이다.
이것들을 가지고 다감각적이며 조각 • 입체 • 설치 • 릴리브 • 회화 • 퍼포먼스적인 작가 심영철의 가든시리즈를 만든다.
이 전시는 자연과 기술의 조화를 통해 파격적이고 현란한 색채와 빛으로 둘러싸인 미디어 아트의 새로운 조형성과 소통의 방식을 보여준다.
작가는 자신의 기도로부터 울려 퍼지는 영혼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를 작품으로 형상화 하는 것에 모든 열정을 쏟아 부었다.
작가의 섬세한 감성과 과감한 창의적 실험으로 전시장 곳곳에 작가의 삶과 정신을 드러낼 수 있었다.
작가 심영철의 예술세계는 자신의 삶을 표현하되, 현재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라 자신이 경험한 절망과 고통을 기도를 통해 사랑의 메시지를 표현한다.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표현방식과 소재를 지속적으로 갱신하고 발전시켜 비밀스러움을 간직한 피안의 세계를 인간과 예술작품이 어우러지는 따뜻한 미디어, 휴머니즘이 살아 있는 현실세계로 열어 보여준다.
자신의 삶이 때론 고통스럽고 절망적이었지만 자신의 삶을 작품 안에 녹여내고, 작가의 예술적 상상력으로 사람과 자연 그리고 신과의 소통 속에서 우주적 환타지를 우리에게 밀도 있고, 강렬하게 사랑의 메시지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장르의 경계를 넘어 미디어를 수용하고 극복하며 퍼포먼스에 이르기까지 작가 심영철의 예술세계는 종교, 우주, 생명, 환경과 같은 큰 주제를 다루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난 가꾸기를 즐겨하시던 어머니의 사랑으로부터 출발한 일상의 것들을 놓치지 않고, 작품 구석구석에 자신의 삶을 오롯이 녹여 섬세하게 담아낸다.
작가는 오랜 시간 동안 심혈을 기울여 미디어라는 차가운 매체성을 삶의 혹독한 따뜻함으로 최고의 훈훈한 미디어아트를 만들어온 것이다.
끊임없는 실험과 전위적 노력의 결과로 작가 심영철의 작품과 역량은 갈수록 이 시대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칠 것이다.
작가 심영철을 만나 현대미술의 밝은 미래를 생각하며 본 전시를 만들 수 있어 감사하다.
작가와 관객 그리고 작품이 이뤄낸 축복이 가득한 〈춤추는 정원>에서 우리 모두가 함께 흠뻑 기뻐하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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